골프를 알고 싶어?
골 프 란? 옮긴이: 가난한 골퍼.. 100년을 산 코미디언 봅 호프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죽는다는 건 골프를 못한다는 얘기다. 골프를 못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우선 술을 끊어야겠다." 골프 영화 <틴 컵>에 나오는 대사 한 구절이 생각난다. "잘하지 못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두 가지는 바로 '섹스'와 '골프'라네." 무엇이 그렇게 좋기에 사람들은 골프에 빠지는 것일까? 1. 이보다 멋진 것은 찾을 수 없다 GOLF란 단어는 Green, Oxygen, Light, Foot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참 그럴 듯 하다. 햇빛 쏟아지는 그린을 걸으며 산소를 마음껏 마시는 운동이라…. 이제 막 90대에 들어선 이은미 여성한의원의 이은미(**) 원장은 '골프의 본뜻'에 적극 찬동한다. "점수가 중요한가요? 확 트인 필드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게 맛이죠." 그는 특히 이른 아침 라운드를 권한다. 클럽하우스 창 밖으로 새벽 안개가 걷히고, 그 사이로 언뜻 그린이 스친다. 그걸 바라보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산과 들과 계곡과 호수를 걸으며 해와 비와 바람과 구름과 안개를 만날 수 있는 게임. 2 가족이라는 환상의 짝을 꾸민다 서울 강남베스트클리닉의 이승남(47) 원장은 자신의 체험을 환자들에게 권한다. "지금 몸이 허약하니(또는 살이 쪘으니) 골프를 한번 해보시되, 꼭 배우자와 함께 하십시오." 몸이 쇠약해지는 중년 이상에서 즐길 만한 운동은 골프가 유일하고 부부간의 애정을 더욱 돈독히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들딸까지 끼면 금상첨화, 환상의 '포섬'이 된다. 이승남 원장은 "한 달에 한 번 주말은 꼭 가족과 함께 합니다. 경쟁심은 사라지고 여유만 느껴지죠. 마음이 편하니 골프가 더 즐겁기도 하고요." 골프는 남녀노소가 한 팀이 되어 즐길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스포츠다. 3 섹스를 느끼려면 해봐야 한다 소설가 김영두(**) 씨는 자신의 책에서 "섹스가 왜 재미있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해본 사람은 알 것이고, 안 해본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주어도 알아먹지 못할 테니까"라고 말하면서, 골프가 꼭 그렇다고 했다. "골프가 왜 재미있느냐고 묻는 사람에겐 '해보면 안다"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안 쳐본 사람에게 그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혹시 주변에 골프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가 유달리 말이 많아졌음을 느낄 것이다. 평상시에 말이 없던 사람도, 골프 얘기만 꺼내면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골프를 치면 다 그렇게 된다. 골프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4 진정한 고객은 골프장에 있었다 헤드헌팅 업체인 브레인202의 심향희 사장(39)은 사무실 밖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실적으로 쉽게 연결된다고 확신한다. "고객이 편안해 할 장소, 그러니까 고객은 저를, 저는 고객을 더 잘 알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지요. 그래서 골프가 비즈니스 도구가 되었고, 에티켓을 익히고 게임을 연구했습니다." 고전적 영업 도구는 '술'이었다. 그러나 여자로서 만남을 제의하기가 쉽지 않고 이뤄진다 해도 한계가 있다. "내가 골프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경영자로서 혼자 상황을 처리해나가야 하는 것이나 서너 시간 동안 풍광을 즐기면서 허심탄회하게 고객과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5.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한다 벤처기업 전문 홍보대행사인 마크로의 이지연(39) 사장. 30대 초반에 배웠던 골프를 두 번이나 포기했다. "가만히 혼자 서 있는 공을 치는 건데도 공을 맞히는 게 너무 힘들어요. 머리 각도가 몇 센티만 옆으로 틀어져도 공은 옆으로 튀어나가고, 훅에, 슬라이스에, 토핑에… 환장할 노릇입니다." 그러던 그가 최근 다시 클럽을 잡았다.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아무 것도 해낼 수 없겠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골프는 정복하려야 정복할 수 없는 운동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매달리는 거죠. 난 지금 무언가를 정복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요." 6. 힘이 빠지면서 허리띠가 준다 골프는 '힘 빼는 데만 3년 걸린다'고 한다. 한양대 정기인 교수에 따르면 힘을 뺀다는 건, 기(氣)를 써서 하는 것이다. 그때 몸에서 가장 자극을 받는 곳이 대장이다. 대장에 힘이 뭉쳐 강한 임팩트를 내기 때문에 비만에 효과적이라는 논리다. 주부 이옥례 씨(36)는 4년째 골프를 치면서 넘쳐나던 허리살을 뺐다. "일주일에 3~4일은 꼭 연습장에 가는데 허리와 허벅지 살이 눈에 띄게 빠졌어요. 친구들이 비결을 물으면 '골프'라고 하는데, 잘 안 믿어요." 실제로 이 세상 스포츠 가운데 상체를 그토록 꼬아가며 하는 건 골프밖에 없고, 골프가 날씬한 허리를 만든다는 건 이미 스포츠 의학계에 입증돼 있다. 7. 남자를 우습게 내려다볼 수 있다 구력 4년의 주부 임영선(36) 씨는 라운드 동료 중에 남자가 있을 때는 꼭 블루 티에서 친다. 드라이버 샷 거리는 200야드가 채 안되지만 핸디캡 10이다. 한 스포츠신문사가 주최한 전국 대회에서 입상 기록도 있다. "남자에게 대항하려는 게 아니라, 동등한 조건에서 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은 거죠. 그러고도 이긴 적이 많아요." 골프는 키가 크거나 작다고 해서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드라이버를 아주 멀리 보내더라도 숏 게임이 되지 않으면 망치는 게 골프다. 여성에게 레이디 티를 제공해 그만큼을 핸디캡을 인정해 주는 누구나 동등한 입장에서 즐기는 스포츠. 8. 또 다른 애인과 바람을 피운다 소설가인 김영두 씨는 남편으로부터 주말 이혼을 선고받았다. "난 늙어 죽을 때까지 골프하고 헤어지지 못할 것 같으니, 당신도 배우든지 집에서 글만 쓰든지… 어쨌든 주말은 내 맘대로 할 테니 그리 알라고!" '골프 과부란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어떻게든 남편을 따라나서야겠다고 맘을 먹고 연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던 그가 지금은 남편보다 더 심하게 골프와 바람이 났다. '오기'로 시작했는데 이제 '맞바람' 수준이다. "서울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 아세요? 고속열차도 소용없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죠. 골프를 만나면 네 시간이 훌쩍 갑니다." 9. 전용 방송국 하나가 새로 생겼다 시스코시스템즈의 마케팅부장인 홍소연(42) 씨는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운 뒤부터 텔레비전 수상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텔레비전은 볼거리가 넘치는 것 같지만 막상 채널을 고정할 만한 곳이 없어요. 지겹고 그저 그런 연속극과 영화들, 가사도 모르는 쇼 프로그램, 게다가 재방송… 그런데 골프를 배우고 나서부터 자꾸 리모콘을 찾게 되더라고요." SBS골프채널이 새롭게 보이고, 있는 줄도 몰랐던 MBC-ESPN, KBS스카이스포츠에서 내보내는 골프 프로그램을 찾느라 정신이 없다. 거기서 나오는 레슨과 중계방송이 큰 도움이 된다. "골프를 배우고 나서 개인 방송국 하나가 생긴 셈이죠." 10. 금성에서 온 여자와 즐기고 싶다 성차별로 유명한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이 화제에 올랐을 때 한 독자가 이런 엽서에 보내왔다. "아마 여자 골퍼들이 없었더라면 골프장은 엉망이 될 걸요. 혼자 된 지 10년 된 홀아비가 사는 집처럼!"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코스에서 골프 규칙만큼이나 판에 박힌 얘기만 한다. 기껏해야 코스나 클럽, 그리고 볼,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망상도 끝이 없다. 항상 그러면서도 "오늘 왜 이렇게 안 맞지…" 그런 식. 그러나 여자들은 플레이를 할 때 인간적인 기준으로 가지고 하고, 자신이나 동료들을 평가할 때도 너그럽다. 그만큼 천성적으로 골프를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펌글>